차박, 자연식물식과 함께하다
약간 춥긴 했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자연과 굉장히 가까이서 지내보는 좋은 밤이었습니다.
조금은 쌀쌀했지만, 날씨가 좋았던 10월의 어느 날.
퇴근하신 황성수 박사님과 함께 차박을 하기 위해 오늘의 목적지 [용담댐 조각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용담댐 조각공원에 도착한 후, 황성수 박사님과 가볍게 산책시간을 가졌어요.
코로나 시대답게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가 대화의 첫 주제였습니다.
황: 코로나19는 사회를 완전히 새로 만드는 것 같아요. 과거에는 코로나 상황이 곧 회복될 거로 생각해서 코로나 사태라는 말을 한동안 썼죠. 근데 지금은 고착화된 것 같아요. 코로나19 사태가 아니고 코로나19 시대, 그러니까 아예 이것을 인정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새 판을 짜야 해요. 생활을 새로 짜야 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다 보니 배가 고파졌어요. 곧 저녁 먹을 시간이라 점심 겸 새참(?)은 황성수 박사님이 가져온 [힐링스쿨표 채식김밥]으로 간단히 해결했어요.
이제 본격적으로 차박 세팅을 합니다. 차박 세팅을 다하고 나면 맛있는 자연식물식 저녁을 먹을 겁니다.
‘자연식물식 저녁 상차림’을 보여드릴게요!
현미와 초록색 잎채소, 김, 과일과 약간의 견과류로 비화식 & 자연식물식 상차림이 완성되었습니다.^^
풍경을 보고 바람을 느끼며, 자연식물식만큼이나 맛있는 대화를 나눕니다.
오: 요즘 캠핑 좋아하는 사람들 보면 가서 뭔가 요리를 해 먹는 즐거움이 많다고 하는데, 자연식물식은 어떤 재미가 있을까요?
황: 편의성을 살려야 하기 때문에 집에선 요리도 하지만, 나와서 요리하려면 준비할 것이 많죠. 요리 기구들. 저는 캠핑 다니는 사람들 유튜브를 보면… 낙엽 굴러가는 소리가 좋네요.
그 사람들이 차에서 짐을 꺼내는 것을 보면 먹는 것이 태반이더라고요. 먹는 것, 먹는 것과 관련된 것. 만약에 저것을 대폭 간소화할 수 있다면 캠핑이 좀 다른 차원이 될 거고, 그렇게 바꿔서 나는 시간이나 여유를 더 좋은 데 활용하면 좋을 텐데, 이런 생각을 가지죠.
오: 좀 날이 추운데, 쌀쌀해졌잖아요. 저녁이 되어서 더 그런 것 같은데, 저희가 따뜻한 음식이 없어요. 이렇게 따뜻한 음식이 없는데, 괜찮은가요?
황: 물론 따뜻하게 먹는 게 좋죠. 따뜻하게 해 먹는다는 말은 요리를 해 먹는다는 뜻인데, 캠핑 나와서 요리해 먹는 게 번거로울 겁니다. 우리가 욕망을 조금 줄이면 되죠. 식사 다 하고 나중에 따뜻한 물 마시면 되지요.
오: 케일 맛이 굉장히 좋은데요?
황: 아주 맛있는 케일입니다. 우리는 유기농 케일을 힐링스쿨 할 때 주니까 맛있어요. 쓴맛이 맛 들이면 참 맛있습니다.
가을이 깊어지며 짧아진 낮, 저녁식사를 하다 보니 금세 어두워졌어요.
차박의 가장 큰 묘미 취침시간!
오: 선생님, 오늘 생애 첫 번째 차박이신 건가요?
황: 그렇습니다.
오: 오늘 낮부터 시간 보내셨는데 어떠신가요? 아직 잠은 안 잤지만요.
황: 차박이라는 얘기가 나와서 말로는 차에서 자는 거, 이렇게 생각했는데 ‘자리가 많이 불편하고 용변은 어떻게 하려나?’ 여러 가지 궁금증, 걱정이 있었습니다. 근데 막상 해보니까 그렇게 염려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상상했던 그 이상으로 이미 많은 용품이 나와 있어서 불편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차박을 하게 되면 여행 문화가 아주 혁명적으로 바뀔 것 같은데요. 어디든지 숙소 없는 데, 경치 좋은 데, 좋다는 데 주차만 할 수 있으면 어디든지 가서 잠을 잘 수 있으니까 자연과 훨씬 더 밀착된 생활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적극적으로 이런 차박 여행을 해보고 싶네요.
오: 박사님, ‘소확행’이라는 말 들어보셨죠?
황: 네,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오: 박사님만의 소확행이 있으신지요?
황: 저는 그 얘기를 듣게 된 후에 누릴 수 있는 소확행이 어떤 게 있을까 싶어서 한번 찾아봤습니다. 그건 어쩌다가 한 번씩 느끼는 게 아니라 매일, 순간순간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황: 행복이라는 것은 자기가 만들어가는 것이지 누가 갖다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침에 일찍 일어납니다만 일어나면 또 오늘 하루가 나에게 주어졌구나, 하는 감사의 마음이 들지요.
작은 행복이지만 이렇게 행복 한 가지가 추가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날이 맑으면 맑은 대로 날이 맑아서 좋고, 비가 오면 식물들이 더 잘 자랄 거 같고 공기도 깨끗해질 것 같고 그래서 또 행복하고요.
저는 걷는 걸 좋아하는데, 걸어가면서 얼굴을 스쳐 가는 신선한 바람, 적당하게 몸에 자극이 되고 약간의 피곤함이 느껴지는 것들, 헤아려보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을 정도로 소확행이 있네요. 저는 늘 그렇게 느끼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소확행이 눈에 띄는 것이 많네요. 누워 있으니까 천장 밖으로 별이 보이네요. 조금 전에 반달이 보이더니 구름에 약간 가린 것 같습니다. 소소한 게 아니고 정말 큰 행복입니다.
밤하늘의 별과 달을 보며 첫 차박의 밤이 깊어갑니다. 소소한 행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취침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날이 밝았습니다.
오: 박사님, 첫 차박 어떠셨어요?
황: 좋았습니다. 약간 춥긴 했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자연과 굉장히 가까이서 지내보는 좋은 밤이었습니다. 자주 이런 경험을 해보고 싶네요.
오: 차박에 관심이 많이 생기셨어요?
황: 네, 차박 하면 여행이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아주 매력적인데요.
오: 1박 2일이 어떻게 보면 굉장히 불편하고 힘드셨을 텐데,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황: 오랜만에 경험해보는 고요함, 그리고 평화로운 마음. 이것 때문에 아주 좋았습니다. 약간 불편한 것을 감수하면 얻는 것이 굉장히 많네요. 그래서 앞으로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네요. 저도 좋았습니다. 준비하시느라고 수고 많았습니다.
오: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황성수 박사님과 함께한 [비화식 비건 차박]이었습니다. 황성수 박사님의 여행은 계속됩니다. 기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