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현미, 채식을 받아든 첫날에 이어 둘째날까지도 원하지 않은 입소였다는 생각으로 조금 짜증도 났고 소극적이였습니다.
키 178Cm, 88Kg의 체중으로 일주일에 두세번은 기름진 육식을 먹곤 했는데 이런 채식만을 먹고 내가 어떻게 사나 하는 생각. 그리고 혈압은 120/80 ~ 130/90 사이를 오르내고 있었고, 공복 혈당이 가끔 140이 넘었지만 대체로 120~130사이로, 병원에서는 혈압도, 당뇨도 잘 유지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여기는 내가 올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입소 후 혈액의 검사결과표를 받아보고는 생각이 바뀌더군요.
검사표를 보며 박사님이 설명을 해 주셨는데 나도 콩팥이 이미 20%정도 손상을 입었다는 말씀.
중성지방 수치가 가장 높았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헤모글로빈 수치는 정상에서 많이 벗어났더군요,
처음듣는 크레아티닌 수치는 이대로 방치하면 진짜 콩팥에 이상이 온다는 설명을 듣고는 아찔했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습니다. “올 때는 모르고 왔지만 갈 때는 제대로 알고 가자!”
3일째 되는 날, 황박사님은 제가 8년째 복용을 하고 있던 혈압약, 당뇨약을 모두 끊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기다리던 순간이라 기뻤지만 이게 과연 생활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맴돌았습니다.
현미, 채소만 먹고, 거기다가 약까지 끊는다면 정말 어떤 돌발사태가 벌어지는 것이 아닐까하는 우려.
힐링스쿨에서는 오전에 수업을 하고 오후엔 야외활동을 하는 교육스케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가벼운 산책을 시작으로 점차 올레길과 오름을 오르는 몸 만들기 스케쥴은 아주 효과적이였다는 생각입니다. 현미, 채식의 식사를 하고 더구나 약도 끊은 상태로 그곳에 오른다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겁을 먹었는데 막상 오름에 오르고 보니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고 ‘피곤하다’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등산을 하면 가슴을 찌르는 듯한 통증과 엄청난 땀을 흘렸는데 조금도 그런 것을 못 느꼈습니다.
오히려 발길이 가볍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피날레는 사려니 숲길 10Km를 2시간 30분동안 걸었는데도 다리만 뻐근할 뿐 피곤함이 없었다는 것.
한라산 어리목 코스로 등반하여 윗세오름을 거쳐 영실오름으로 하산하는 코스도 거뜬하게 성공.
인간의 몸은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아도 된다는 박사님의 말씀이 이해되는 순간입니다.
10일동안 풀만 먹고 지냈는데 육식을 할 때보다 더 힘이 넘치는 경험은 체험해 본 사람만 알 수 있겠죠.
눈으로 보고 직접 체험을 해야 믿는 제게는 현미,채식의 힘은 뇌리에 각인되었습니다.
2주간의 교육이 끝난 오늘 현재 88Kg의 체중은 82Kg로, 혈압은 110대, 혈당은 90대 좌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받으면서 친구들이 생각났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혈압, 당뇨, 고지혈증으로 애를 먹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병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적어도 약은 끊게 만들어야 할 것 같은 생각에서 입니다.
퇴소를 하고 친구들을 만나 이런 방법도 있다는 것을 설명했는데 의외로 긍정적 반응입니다.
저의 홀쪽해진 모습을 보고는 수긍이 가는 듯한 표정들이였답니다.
“나는 방법을 알려줄 뿐이고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2주간의 교육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겠지요. 오히려 지금부터가 더 힘들 것 같습니다.
겨우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음식 유혹에 시달리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박사님과 약속한 한달간은 무슨 일이 있어도 현미,채소 식단을 고수할 것입니다.
이대로 무너진다면 2주간 고생했던 것이 헛고생이 되기 때문입니다.
진짜 변화된 내 모습을 보고 싶고, 내 의지도 실험해 보고 싶기도 합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해줬습니다.
강제로 끌고 왔다고 투덜거렸었는데 오히려 저를 깨우쳐 준 결과가 되었다고 말입니다.
부부가 같이 교육을 받으니 귀가를 해서도 음식에 대해 마찰이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식단을 준비하는데 도움을 주고, 잘못된 것은 제재를 하니 성공확률이 더 높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무지함에 대하여 깨우쳐 주신 황교수님께 감사를 드리고 힘든 일정을 묵묵히 보조해 주신 교감선생님과 장선생님과 그외 스텝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함께 교육을 받았던 동기생 여러분들도 좋은 결과와 쾌유가 있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