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간의 기적 1 15기 진성숙

힐링스테이
작성자
진성숙
작성일
2014-02-04 12:26
조회
454
그날 아침 [나의 수명 10년연장 프로젝트]-라고 가족들에게 거창하게 선언을 하고 시간이 되자 나는 횡성을 향해 핸들을 잡았다. 스크린처럼 첩첩이 다가오며 사라져 가는 아름다운 산하를 바라보며 기억을 반추해 본다..
대학병원에서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지는 만 18년이었지만 생각해보면 나의 병력은 21년차에 접어들고 있었다. 침묵의 살인자라는 당뇨병을 의식하며 늘상 나는 단명을 생각했던 것 같다. 매스컴에서 늘상 부르짖는 100세 시대란 말도 듣기 싫었으며 언젠가 예정된 코스처럼 신장투석이 시작된다면 난 끝인거야. 절망의 랩소디를 꺼이꺼이 부르곤 했다.
정말 이대로 살다간 10년도 채 못 살것 같았다. 2007년 12월부터는 인슐린을 맞으면서도 혈당은 늘 높은 편이고 용량은 자꾸만 늘어갔다. 자연스레 수치재는 것도 기피하는 게으르고 대책 없는 환자였다. 8,9년 전에는 자영업을 시작하면서 승용차를 갖게 되자 더욱 체중이 붙고 형제처럼 고혈압도 동반하기 시작하였다.
어느덧 두루뭉실한 몸매에 자존감은 무너지고 나는 병마에 갇힌 채 헤어날 줄 몰랐다. 올해 6월엔 동유럽여행을 가서도 죄인처럼 남의 눈을 피해 약을 먹고 주사를 맞는 내 모습이 초라한 아웃사이더 같기만 했다.
사실 여기 오면서 병을 완전히 정복해 약을 끊는다는 건 반신반의 하면서 남들은 병과 어떻게 싸우고 있나 귀동냥도 하고 정보를 알기 위함도 컸다.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나며 내 눈에 믿기지 않는 광경들이 펼쳐졌다. 현미채식을 하며 체중이 놀랍게 빠지고 하나 둘 약을 줄이거나 끊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 속도는 놀라웠다. 총26명중 당뇨고혈압을 지닌 사람은 19명 건선등 피부질환 3명 암 전력이 있는 분도 세분, 신장이 나쁜 분도 두 분이나 되었다. 병의 중증도로 치자면 나는 서열 세번째나 네 번째일 텐데 드디어 나도 입소한지 만 9일 만에 인슐린등 모든 약을 끊게 되었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일까?
현미채식의 힘은 정말 놀라웠다. 사실이 믿기지 않고 내가 꿈을 꾸고 있나 하는 착각도 들곤 하였다. 고기생선을 누구보다 더 좋아하는 내가 무사히 적응했고 또 그다지 먹고 싶단 욕구도 별반 모르겠단 사실이 신기했다. 그날의 기적은 휴일가족초대행사로 남편도 참석한 가운데 이루어졌다. 남편도 같은 병을 앓는지라 직접 여러번 식사를 같이 하면서 보고 배우는 바가 많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무척이나 고마워하였다. 교회를 멀리 한지 수년 됐지만 나는 어느 순간 퍼뜩 예수님이 고난에 지친 중증병자들을 치료하시는 대목이 생각났다. 앉은뱅이도 고치어 일어나 걷게하고 여타 수많은 기적을 행하신…그 대목 말이다. 불치병으로 알려진 당뇨고혈압을 이토록 단기간에 고친다는 건 일반인들에겐 믿기지 않을 것이다.
부수적으로는 체중은 입소자 평균 5.4키로 보다 못 미치는 4.2킬로를 감량하여 누우면 갈비뼈 아래로 백록담(?)이 다 생긴다.
지금도 만족스럽지만
조금만 더 노력하면 예전의 날씬한 모습을 되찾을 것 같다.
얼마나 지겨웠던 약보따리인가.
앞으로는 내 건강과 식탐의 유혹을 맞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진성숙 2013/09/17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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